한다엘 연애자존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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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자존감에 대해

이성의 조건을 보는 게 나쁜 걸까?

한다엘 2021. 8. 17. 22:17

느낌대로 이성을 사귀면 안 되는 이유

 고등학생 땐 매일 점심시간에 창밖을 구경하는 게 낙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큰 키로 운동장 여기저기를 누비던 한 학년 위 선배. 병째로 물을 들이켜는 모습, 위아래로 경쾌하게 움직이던 울대뼈가 그렇게 섹시해 보일 수 없었다. 고등학교 1, 2학년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 선배를 좋아했지만 결국 한 마디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했던 순수하고 바보 같던 내가 떠오른다. 

 

 그런 순수한 사랑도 대학생이 되어 캠퍼스에 한 발 내디딘 순간, 3월 봄바람과 함께 날라갔다. 그때부터는 명문대 이름이 자랑스럽게 쓰인 대학 재킷을 입은 남자가 내 이상형이 됐다. 고등학교 2년 동안 매일매일 나를 설레게 했던 선배는 조금의 흔적도 없이 내 마음에서 방을 빼버리고 말았다. 그 선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몇 년이 지나 페이스북에 뜬 선배 이름을 보고 새삼 깨달았을 정도로 잊고 지냈다.

  

 이상형은 상황에 따라 수도 없이 바뀐다. 가치관이 정립되는 시기인 10대와 20대 초반에는 외모, 키, 목소리, 노래, 춤 등 시선을 사로잡는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1차 적인 매력에 끌린다. 몇 번의 연애를 경험하고 나면 조금씩 남자의 헌신, 애정표현, 매너, 자상함 등으로 표현되는 ‘노력’하는 남자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남자의 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며 때로는 너무 단순하기도 하다. 

 

 이성의 조건을 보는 것이 나쁜 걸까? 

 

 전혀 아니다. 사람을 사귀면서 겪게 되는 행복한 경험뿐 아니라 그와 함께 따라오는 미숙한 사랑의 결과와 이별의 고통 모두 내가 책임지게 된다. 누구도 나의 기준을 틀렸다고 말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다. 그러니, “나는 왜 외모만 보고 사랑에 빠질까?”, “차 있는 남자만 만나는 나, 너무 속물인가요?” 등 사회가 규정한 모범답안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가 나의 이상형을 제대로 모를 때 문제는 발생한다. 

 

 "남자친구는 다 좋은데 데이트 비용을 아까워하는 모습 때문에 정 떨어져요."

 "너무 자상한데 외모가 아쉬워서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기 꺼려져요."

 

 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때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다. 데이트 비용, 키 등은 썸을 탈 때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분명 이런 고민은 사귀기 전, 조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에게 보낸 신호를 무시하고 간과했기에 이런 아쉬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그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남자의 고백을 수락했을 수도 있고, 너무 외로운 마음에 사귀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이상형의 기준이 없으면 좋은 사람을 앞에 보고도 알아보지 못 한다. 

 

 “나 쫓아다녔던 그 선배 여자친구 생겼더라? 매일매일 편지 써주고 기념일이라고 이벤트도 해준대.
내가 왜 그런 좋은 남자를 못 알아봤을까…” 

 

 외모나 학벌, 직업이 화려한 파스타, 피자 같은 남자는 초반에 쉽게 눈길이 간다. 그러한 화려함은 없지만, 변치 않는 헌신으로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골곰탕 같은 남자가 있다. 그때그때 느낌대로 상대를 판단하다 보면 외적인 매력이 떨어지지만 내면이 훌륭한 남자는 놓치게 된다. 진국인 남자는 시간이 지난 뒤 그 진가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자신의 취향을 먼저 파악하자. 내가 절대 타협하지 못하는 조건과 어느 정도 타협 가능한 조건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이상형의 조건을 모두 나열해보자. 최대한 구체적이면 좋다. 그중, 절대 양보하지 못하는 것을 표시하자. 그게 바로 내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상형 필수조건이다. 나머지는 선택조건으로 분류한다.

 

 이상형의 조건이 명확하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지인에게 소개 제의를 받았을 때 필수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선자에게 솔직하고 정중하게 나의 이상형이 아니라서 소개받기 어렵겠다고 말하자. 연봉, 집안 경제력 등 너무 민감한 조건만 아니라면 추후에 그에 맞는 사람을 소개해줄지도 모른다.